'아버지'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04.06 4월이다
  2. 2010.02.15 가족이란
  3. 2009.11.23 우연히 겹치는 일
  4. 2009.10.04 아버지

4월이다

일상 2010.04.06 19:27


못내 아쉬운 듯이 몇 번이고 당신의 손자를 쓰다듬으셨다, 볼 한번, 머리 한번, 볼 한번.그때 마다 당신의 열번째 손자는 아는지 모르는지,영글지도 않은 하얀 이를 한껏 들어내며 즐거운 듯이 웃어댔다.

그리곤, 형에게 배운 건지 나오지도 않는 말로 노래를 부르며 이리저리 아장아장 걷는다.

그 모습을 무심한 듯한 눈빛으로 한동안 쳐다보시더니 말씀하셨다.

"순하구나"

"네, 아버지"

아마 어버이 날 즈음에 내려오면 한동안 올 일이 없을 것 같다.


새롭게 단장한 기차역,공항,모처에 등장한 롯데캐슬,그리고 날 맞는 잘 훈련된 예쁜 미소까지,얼마간 어색하다.시대에 뒤떨어진건가,확실히 나는 뭔가에 부적응한 면이 있는 것 같다.

4월의 봄날 햇살 탓인가, 은빛 색 날개에 반사된 빛이 유난히 눈부시다.그리고 그 만큼 더 나른하다.
"..cabin crew.. " 익숙한 기내방송 멘트에, 잠시 딴생각에서 벗어났다.두 아들과 아내와 공항을 나서면서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다.어제 어스름 역 택시 안에서 들었던 곡이다,기억나는 가사를 더듬어서 찾아보니 김윤아의 "봄이 오면" 이다.
어깨에 힘을 한번 뺀 목소리처럼 들린다,잠이 올듯 말듯 몽환적이기도 아련하기도 하다.아니, 어쩌면 내 어깨에 힘이 빠져있는건가.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녘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 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 가득,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연두 빛 고운 숲 속으로
어리고 단 비 마시러, 봄 맞으러 가야지.
풀 무덤에 새까만 앙금 모두 묻고,
마음엔 한껏 꽃 피워, 봄 맞으러 가야지.

봄바람 부는 흰 꽃 들녘에 시름을 벗고
다정한 당신을 가만히 안으면
마음엔 온통 봄이, 봄이 흐드러지고
들녘은 활짝 피어나네.

봄이 오면 봄바람 부는 연못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노 저으러 가야지.
나룻배에 가는 겨울로 오는 봄 싣고
노래하는 당신과 나,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봄이 오면
봄이 오면
봄이 오면
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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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amyhs

가족이란

일상 2010.02.15 20:35

아들,딸, 사위, 며느리, 손자, 손녀들이 두 줄로 모여서 세배를 드렸다.

주섬,주섬 하얀 봉투를 이만큼 꺼내시더니, 머쩍은 표정과 희미한 웃음으로 하나씩 나눠주셨다.

그런데, 그런데,

봉투 확인도 안하시고 그냥 한 장씩 나눠주셨다.

...
..


그랬다, 아버지에겐 이 모든 가족이 다 똑같았다.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혹시,
'이거 복불복 아냐?? 어떤 봉투엔 5만원권 혹은 수표????'

물론, 그런  일상의 작은 행운은 없었다.

쎈쓰 작렬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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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amyhs

우연히 겹치는 일

일상 2009.11.23 13:11

몇 가지 일들이 하나를 가르키고 있다.멀리도 아닌 바로 내 턱밑 가슴께로.


이마트에 9시 반 개장하는 시간에 맞춰서 간다, 무엇보다 붐비지 않는 그 점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늘 돌아오는 샛길에서 줄넘기를 하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에 눈길이 멈추었다.

40대 초중반.
허름한 상, 하의
지저분하고 다 떨어진 운동화,
오른쪽은 무릎께 까지 올라온 추리닝복.
중간을 맺어 묶은 줄넘기 줄

줄넘기를 하고 있는 거야,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런 차림으로 그런 장소에서는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 주의를 끈 건 그이의 눈빛이었다.뭔가 결연한 표정이었다. 넋 빠진 모습도 아니었고, 힘들어하는 표정도 아니었다.

뭔가의 이유로 용납할 수도 질 수도 없다라는 의지가 표정에 묻어 나왔다.

복서는 아닌 것 같은데.. 어디가 아프신가...

브레이크를 지긋이 밟으면서 백미러로 다시 한번 확인했다.잘못 본 게 아니다.


그리고 그 눈빛에 내 안의 다짐과, 부끄러움을 또 한번 일깨운다

'아버지의 일상은 아들의 신화가 된다'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 되고 싶다 라는건 모든 아버지의 바램이다.

가당찮은 이유로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 하지 말라.

토마스 몇 개 더 사준다고, 아이가 나와 더 친밀해졋다는 착각을 하진 말자.그래도 엄마 몰래, 아이에게 약속한다.

얼마간의 보상심리로 그런 식의 표현을 하는걸 잘 안다.

오래가지 못한다, 누구보다 아들이 알고, 내 자신이 안다.


엊제밤 아들이 아빠와 잘 거야 하는 목소리에 사실은 은근히 기뻤다.피곤하다는 이유로 큰아들을 재우고 작은 방에 혼자 자는 기간이 길어진다.

아내 말마따나 확실히 난 이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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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amyhs

아버지

일상 2009.10.04 11:12

10개월 된 열 번째 손자를 안아 본 당신의 마음은 어떠셨을까.엷은 미소를 띠고,익숙하지 않은 손길로 볼을 한번 스다듬으셨다.

낯가림을 하는 아이를 보며, 애꿎은 백발을 탓하신다.

"내 머리가 희어서 놀랐나 보다"


"할아버지, 제가 찍어드릴께요" 하는 손녀 앞에서 어색한 모습으로 앉아있으셨다.장난기 많은 조카들 틈에 가볍게 어깨를 안아들이면서 함박웃음으로 핸드폰 카메라를 들여다봤다.

곰곰이 돌이켜보면 손에 꼽을만한 일이다.아버지 곁에서 그렇게 즐겁게 사진을 찍으면서 포즈를 취했던 게.

유일한 손녀가, 자랑스레 핸드폰 시작화면에 그 사진을 설정했다.슬쩍 한번 보시더니,다시 한번 웃으신다.


어느새 아버지가 팔순을 바라 보신다.

가늠도 못하겠다.



Jason Becker -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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