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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07 기억 (2)
  2. 2008.02.09 석양,밤으로의 동행

기억

일상 2009.09.07 10:53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 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땅으로 홀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떠나는 자는 행복하여라.
그대의 영혼은 아직 투명하고
사랑함으로써 그것 때문에 상처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리.
그대가 살아온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니
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는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

자기 자신과 만나기 위해 모든 이정표에게 길을 물어야 하리.
길은 또다른 길을 가리키고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여인숙이 되리라.
별들이 구멍 뚫린 담요 속으로 그대를 들여다보리라.
그대는 잠들고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꿈을 꾸리라.



결혼 전 아내에게 책 선물을 받았다.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첫 장을 넘기면 곧 여행자를 위한 서시가 실려있다.그날 밤의 그 잔잔한 감동은 지금도 새롭다.

사실 그전에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라는 시집을 들은 적이 있었다.그리고 그 제목을 듣는 순간,얕은 말장난 같이 들렸었다.

하지만,그날 이 시구를 몇 번이고 되뇌어보면서 사실은 내가 얕았고,편협했구나 라는걸 새삼스레 알게되었다.

마음에 드는 시집을 사본 건 브레히트의 살아남의 자의 슬픔이 마지막이었다.그 사이 몇번이고 서점에 가서 기웃거려 보았지만, 선뜻 손이 가는 게 없었다.

이렇게 흐린 날은,여정을 풀고 이국 땅에서 아들들과 뒹굴어 보는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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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amyhs
[새벽]
입김이 하얗게 보이는 추운 새벽에 아들과 아내를 용산역에서 배웅을 했다.

유독히 기차를 좋아하는 아들은 여느때완 다르게 '아빠 안녕' 하더니 그대로 열차구경에 열중이다.

'미쁜 놈'


[석양,밤으로의 동행]
다행히 마지막 편 한좌석이 남아있다,예약 없이 무작정 온터라 출근한 복장 그대로 몸을 실었다.

이미 어두어진 하늘 아래 길게 늘어선 헤드라이트 불빛이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물 같다.

그리고, 생각없이 펴본 KAL 발행책자에 실린 두페이지 사진과,이 글귀에 눈길이 멈추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내에게 줘야지'

혹시나 스튜디어스 눈에 띄이면 민망할것 같아서, 조심 조심 몇번이고 문질러서 소리없이 찟어냈다.

반갑게 맞이하는 아들 녀석 뒤로,아내에게 "선물" 하면서 건넸더니,

힐끗 보고, 곧바로 건네는 눈빛이 '여긴 시댁이야! ' 하는듯하다.

아마 그 사이 무슨일이 있었나 싶다.



[천국보다 낯선]
시끄러운 조카녀석들 뒤로,기계적으로 채널을 돌리다 다시보게된 천국보다 낯선.

그리고 연상되는 것들.대사 몇 마디.

짐 자무시, Broken Flower 끝무렵의 비슷한 옷차림의 청년이 나오는 장면에선 폭소,
there is an end 아직도 u10에 남아있고, 웹 서핑후에 발견한 그 여성 싱어송라이터 '이름이 뭐더라'
빌 머레이,Lost in translation, 스칼렛 요한슨,등등x100

'이토록 멀리 떠나왔는데, 왜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지'

'모두를 만났는데 왜 아무도 만난 것 같지 않지'


고향 올때 마다 느끼지만 낯설다.천국이란 단어가 주는 비 현실감보다는 덜하지만, 해가 갈수록 낯설다.

아마도 내가 점점 밀어내나보다.



[오후]
서둘러서 올라왔다.마치 바쁜양. 표가 그것 밖에 없다는 마치 어쩔 수 없지 않냐는 듯한 자세로.

큰 누이가 아내와 아들, 그리고 날 배웅해줬다.

어느새 쉰이 넘은 큰 누이가 서른일곱살의 막둥이 내외를 보는건 어떤 느낌일까.

20분을채 넘기지 않는 짧은 만남.

낯가림이 심한 아들 녀석도 고운 한복의 큰 고모의 손길은 저항감이 없다.

이 녀석은 눈빛 하나만으로도 아는걸까.

내겐 어머니 같은 큰 누이.어느새 눈가에 잔주름이 늘고 있다.

'삶이 워낙 그러하지 않는가', 진실로 그러하다.



[석양,밤으로의 동행]
안주머니에서 발견한,꼬깃 꼬깃해진 이 글귀인지 싯귀인지가 못내 아쉬워서, 스캔해보았다.

디지털화된 그림문자를, 다시 되뇌어 봐도 울림이 있다.마음에 든다.

짧은 여행의 마침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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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amyhs